계획 단계에서 일본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던 곳이 바로 야쿠시마입니다. 큐슈 남쪽 가고시마항에서 훼리로 4시간이 걸리고요, 지름이 30km 쯤 되고, 일주하면 105km인 작은(?) 섬입니다. 섬의 반정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네요.
평화로운 섬입니다. 일본에서 많은 자판기를 봤지만 저 자판기가 제일 인상적이었음..
야쿠시마로 가는 배를 타기위해서 가고시마에 갔습니다. 가고시마 중앙역 앞에서 택시 50대가 손님이 오면 선입 선출로 한대씩 빠지면서 기다리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봤습니다. 참 질서 정연합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본 사쿠라지마의 모습. 한국의 느긋~ 한 산들만 보다가 정말 우뚝! 서있는 일본의 화산들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뭔가 산세가 익숙치가 않았어요.
가장 싼 배입니다만 편도 3200엔.. oTL.. 좌석도 없고 그냥 바닥에서 뒹굴면서 갑니다.
야쿠시마의 훈훈한 인심
첫날은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수영하러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 철이 아니더군요. 출입금지라서 말잘듣는 저는 그냥 바다만 보다가 돌아왔습니다.
신발이 벌써 많이 닳았군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잘 버텨 줘야 할텐데..
둘째 날은 스쿠터를 빌려서 등산로 입구까지 갔습니다. 느껴지세요? 대자연이?
이 친구가 야마시타. 일을 그만두고 자전거로 교토에서 야쿠시마까지 온 대단한 사람입니다. 같은 방에 묵었는데 둘째 날 산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서 함께 산을 오르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매우 위험해 보이는 등산로도 아닌 길을 같이 헤맨 인연이 생겼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작은 나침반을 가져갔는데 의외로 이런 상황에서 유용하더군요. 나침반이 없었으면 지금도 야쿠시마의 어딘가에서 노숙하고 있을 듯;;;
아무튼 살아서 하산성공! 오후엔 유스호스텔 주인 아저씨의 말에 현혹되어 스쿠터로 섬 일주를 했습니다.
일주 중간에 본 숨이 멎을 듯한 절경들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길을 차지하고 있는 야쿠사슴과
야쿠원숭이들
니가 털 골라주면 나도 털 골라준다는 상호호혜의 기원을 보고 계십니다.
너무 다가갔군요. 원숭이 화났어요. 저는 쪼끔 움찔했음;;
밤에는 일본인 7명과 함께 바다 거북의 산란을 보러 갔습니다. 만, 바다 거북은 보이지 않고 낳아놓은 알만 구경하고 왔네요. 딱보면 탁구공 입니다. 이나중 탁구부 마에노의 퍼포먼스가 이제 이해가 가는군요.
셋째날은 작심하고 조몬스기라는 거대한 나무를 보러 갔습니다. 역시 빌린 스쿠터로 산길을 오르다 또 한번 숨 멎어 주시고,
셀카도 찍었습니다. 문제는 이날 새벽 6시에 출발하는 바람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고, 하이킹 길이 잘되어 있어서 매우 쉬운 코스라는 근거없는 낭설에 낚여서 콜라한병만 들고 길을 떠났다는 겁니다.
관광열차길이 4km쯤 잘 되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산길;
야쿠사슴(야쿠시카)는 이제 익숙해져서 신기하지 않더군요
이것이 야쿠시마의 이끼입니다
목적지인 조몬스기에 도착, 추정수령 2000~7000년 이라더군요 조몬시대부터 살아있어서 조몬스기?
굉장히 큰 나무라서 광각렌즈 생각이 났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약간 배가고파오는 정도라 웃고있네요
윌슨 그루터기.. 아무튼 크고 아름답습니다.
하산하면서 본격 허기를 느꼈고, 산에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인생 3번째로 하게 됩니다. 길에 나자빠져서 헉헉거리고 있을 때 우연히 등장하는 야마시타. 그 모습에 후광이 보이더군요. 소중한 바나나를 얻어먹고(껍데기까지 씹어먹고 싶은 충동을 느낌) 그 힘으로 겨우겨우 하산했습니다.
별 생각없이 먹던 음식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교훈1. 산에선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면 ㅈ됩니다.
교훈2. 아무리 나이스 하이킹 코스라도 하루종일 걸을거면 밥을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다음날 양지바른 곳에 신발을 말리는 평화로운 광경을 뒤로하고 야쿠시마를 떠나면서 여행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아 좀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