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 '인간의 유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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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5 진화의 원리가 자연사에 관한 매우 복잡한 문제 중 일부에 얼마나 빛을 비추게 되었는지 조사하는 것은 가치가 있어 보였다. 잘못된 사실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과학의 진보에 큰 해악을 끼친다. 그러나 잘못된 견해도 어느 정도의 증거를 바탕으로 지지된다면 거의 해를 끼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은 건전한 즐거움을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잘못으로 향하는 경로 하나가 폐쇄되는 동시에 진실로 향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게 뭔가를 믿으라 할 때 증거를 달라!

p.562 그러나 문명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이성이 종종 잘못된 방향으로 나타나며, 사악한 많은 관습과 비열한 미신이 생겨나 높은 덕목으로 평가되며 이를 위반하는 것은 커다란 죄악으로 여긴다.


p.564 이 책에서 얻은 결론은 상당히 비종교적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결론을 비난하는 사람은 뚜렷한 하나의 종인 인간의 기원이 변이와 자연선택의 법칙을 통해 어떤 하등동물에게서 유래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본래의 생식 법칙에 따라 한 개인이 태어났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왜 더 비종교적인지 그 이유를 밝혀야만 한다. 종의 출현이나 한 개체의 출현은 모두 엄청난 연속 사건의 결과다. 우리의 마은은 이 엄청난 사건이 단지 무계획적인 우연의 결과라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19세기에 주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생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다윈을 만들어내다니!이 만들어지다니! 진화는 역시 대단해...

다음은 요약과 결론 중에서도 마지막 부분이다. 

p.571 이 작품에서 도달한 주요 결론, 즉 인간이 하등동물에서 유래했다는 결론은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의 비위를 크게 상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개인에게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야생의 황폐한 해안에서 처음으로 푸에고 제도 원주민 무리를 보고 느꼈던 그 경악스러움을 나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내 마음속에 하나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조상의 그림자였다. 그들은 완전히 벌거벗고 있었고 온몸에는 얼룩덜룩 칠을 한 채였다. 그들의 긴 머리털은 헝클어진 채였고 흥분하여 입에서는 거품이 일었다. 그들의 표정은 거칠고 놀라움과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술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먹고살았다. 정부도 없었고 자기가 속한 작은 부족의 구성원이 아니면 누구에게나 무자비했다. 토착지의 미개인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혈관 속에 비천한 생물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큰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내 자신의 처지에서 본다면, 적을 괴롭히며 즐거워하고 엄청난 희생을 바치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유아를 살해하고 아내를 노예처럼 취급하며 예절이라고는 전혀 없고 천한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미개인에게서 내가 유래되었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의 목숨을 구하려고 무서운 적에게 당당히 맞섰던 영웅적인 작은 원숭이나 산에서 내려와 사나운 개에게서 자신의 어린 동료를 구해 의기양양하게 사라진 늙은 개코원숭이에게서 내가 유래되었기를 바란다.

인간은 비록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생물계의 가장 높은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이, 먼 미래에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희망이나 두려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이성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진실을 발견하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그 증거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정해야만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귀한 자질, 가장 비천한 대상에게 느끼는 연민,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가장 보잘것없는 하등동물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는 자비심, 태양계의 운동과 구성을 통찰하고 있는 존엄한 지성 같은 모든 고귀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의 신체 구조 속에는 비천한 기원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은 언제 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 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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