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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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은 The romantic movement. 가 어째서 우리는 사랑일까로 번역되었을까. 말랑말랑한 연애소설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함인가. 그래서인지 표지에는 훌륭하게 하트가 넘쳐난다. 덕분에 꽤 많이 팔린 것 같고 2006년에 6쇄라니...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어렵고 책 상태가 메롱이다 커피자국이 가득;;.

아무튼 작가의 공격 패턴은 챕터마다 단순한 샘플상황을 문학, 철학, 역사, 예술로 디비 파기. 사유에 대한 지성적 접근과 자연주의적인 접근이 이 책에도 나오는데 저자 자신은 몹시도 지성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듯?

ch. 우리는 사랑받는가?

8. 존재 때문에 사랑받는 것

 궁극적으로, 오로지 앨리스는 잃어버리면 자신이 존재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사랑받고 싶었다. 그녀에게서 빼버릴 수 없는 요소 때문에 사랑받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운이 나쁘면 그녀는 아래의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

a)외모
b)직장
c)돈
d)능력

그래도 자신은 남게 될 터였다. (중략)

 사랑받는 이유들을 이렇게 초조하게 찾는 것과 진실을 찾으려는 데카르트의 힘겨운 여정을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그의 전설적인 해답은, 몽테뉴와 갈릴레오, 가상디의 철학에 내포된 회의를 넘어서는 도구였다. 이들은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을, 사물이 우리의 감각 기관을 통해 보이는 것과 진실로 같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라고 물었다[우울한 새별 3시에 '이 사랑이 진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 이게 내게 진정 의미 있는지 어떻게 알아?' 하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중략)

 사랑의 진정한 기준을 찾는 일도 비슷한 궤도를 따랐다. 회의적인 태도란, 피상적이고 거짓된 것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랑의 동기로 규정한다는 의미일 터이다. 누군가 아름답고 부유하고, 지성적이거나 강인해서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상대의 욕망 속에서 찾는 핵심 요소가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거나 운이 나쁘면 쓸려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데카르트 역시 맞닥뜨렸지만 고민하지 않았는데, 확실성이든 사랑의 진정한 기준이든 불확실한 것들을 모두 벗겨내고 남는 답이 워낙 특이해서 아주 모호하다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모든 걸 의심했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 - 이 확실한 사실은 정말 멋진 것이지만, 그것이 진리의 본질에 관해 그에게 무엇을 말해주었을까? 그는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었을까? 의심할 여지 없이 옳은 말이지만, 지식을 추구하는 데는 소용이 없었다.
 사랑의 동기 중 덧없는 요소를 다 뺐을 때, 앨리스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육체와 지성과 가진 것들을 제하니, 어떤 사랑할 이유가 남았을까?
 데카르트처럼 별로 남는 게 없었다. - ㅍ 227

절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한 방법서설의 탐구와 다른 조건없이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연결하다니 천잰데?

[꿈과 똑같이] 주체의 무의식을 파악하는 왕도인 자동 응답 전화기의 엄청난 심리적 의의를 프로이트가 연구하지 못한 것은 오직 연대기적 불일치 때문에 생겨난 사고였다. (중략)
 하지만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LED의 불빛이 밝고 희망차게 4라는 숫자를 깜빡이면, 자동응답기 실수는 여지없이 누구의 전화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내 버렸다. (중략)
 이것은 라플랑슈와 퐁탈리스가 '욕망이 성취되었다고 상상하는 심리적 각본'이라고 정의한 전형적인 소원 성취 형태였다. J. 라플랑슈, J. 퐁탈리스, <정신분석사전>, 카르나크 북스, 1988 J. Laplanche, J. Pontalis, The Language of Psychoanalysis, Karnac Books, 1988.
무려 학술서적 인용까지...
요즘 문자가 왔다고 전화기가 삐뽀~ 울리고, 그것이 '누구나 담보없이 대출 4천만원 가능'이라는 것을 확인 할 때까지 내가 겪는 심리 상태는 이렇게 정신분석적으로 이미 연구되어 있는 것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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