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현악 사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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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생 후배 친구가 작곡한, 기타와 스트링 쿼텟을 위한 곡 연주를 의뢰받았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프로 뮤지션들과 음을 섞어 보겠냐는 기분으로 많은 고민 끝에 수락.
하지만 역시 나의 실력은 시궁창; 태자 단의 의뢰로 진시황을 암살하러 가는 형가 옆에 진무양이 이런 심정이겠구나 싶은 일주일이 지나고 오늘 연습 & 공개 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옴.

특훈 덕분인지 어찌어찌 완주는 할 수 있었다만, 점 16분 음표와 쉽표가 섞인 일곱잇단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면서 마치 안 틀린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다.

역시 프로는 대단하다. 악보를 보고 음악을 만드는 훈련을 몇년 씩 받았을 테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 복잡한 박자를 쓱쓱 보고 맞추는 모습에 잠시 경악 & 부끄러움. 내가 묻지마 박자감각으로 대충 갈겨도 어찌어찌 맞춰서 나온다.

다른 연주자 분들이 다들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여서 그런지 대충 수고했다 그러고 넘어 갔다. 결국 전체 8곡 중 선정된 3곡에는 들지 못하여 본 무대에는 오르지 못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안심했다.라고 하면 작곡가에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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